순명
스물아홉째 날
성경말씀
그러고는 예수님이 제자들로부터, 돌을 던져 닿을 만한 거리쯤 떨어져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이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바라신다면, 이 잔을 나한테서 치워 주십시오.
그러나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누가복음 22장 41-42절)
묵상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향으로, 더 큰 차원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물고 계셨던 육신을 벗어나 이 세계를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십자가 사건은 본향과 이곳을 연결하는 결정적 사건입니다.
그분께서는 다양한 기적과 활동들을 통해 이루셨던 모든 명성과 지위를 내려놓으시고 십자가 위에 못 박히심으로써 이를 성취하셨습니다.
예수님과 수년을 동고동락했던 제자들 중 누구도 이것이 그분이 이 땅에 오신 본래 목적임을 당시에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순간의 영광만을 예상했을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당신의 아버지에게 순명하심으로써 전혀 다른 차원을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명을 따른다는 ‘순명’이라는 말은 얼핏 보기에 명령을 따르는 이의 상황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순명을 통해 존귀함을 얻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명령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당신의 뜻에 순명케 하심으로써 이 땅 만물의 구주로 내세우셨습니다.
새로운 차원의 해방자로 칭함 받게 하셨습니다.
순명을 통해 예수는 온 세상의 그리스도가 되셨습니다.
아버지께 순명하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순명의 고됨과 순명의 가치, 순명이 가져다주는 선물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순명이라는 것은 특정한 결과를 알아서가 아니라 결과에 상관없이 온전한 신뢰로 나아가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순명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하늘의 명을 따르는 것입니다.
어떠한 결과나 주고받음을 의식하지 않고 따르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확실한 보장도 없는데 따릅니다.
순명은 하나님의 뜻을 따를 것이냐, 내 뜻을 따를 것이냐를 선택하고 결단함으로써 나아가는 눈물겨운 믿음의 여정입니다.
예수님도 육신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 너머로 가는 순명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당신의 눈을 감고, 하나님의 비전과 그분의 목소리를 따라 광야로 나아가셨습니다.
그리하여 한 개인의 삶의 굴레를 넘으셨고, 한 집단과 민족의 굴레를 넘으셨고,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굴레를 넘으셨습니다.
마침내는 삶과 죽음까지도 넘으셨습니다.
온전한 순명으로 온전한 순명에 이르셨던 것입니다.
사막교부와 함께하는 묵상
순종하라. 순종은 겸손을 낳고 인내와 오래 참음과 자책감과 형제애와 사랑을 가져온다.
싸우는 데 필요한 우리의 무기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 모세
기도
주님,
순명으로 삶의 차원과 지평이 당신께 이르기를 원합니다.
앞길을 알지 못하나 믿음으로 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