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르게 하소서
가상칠언 ⑸
성경말씀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요한복음 19장 28절)
묵상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후 그분의 온몸에 피와 땀이 내렸습니다.
고통과 함께 타는 듯한 목마름에 시달리셨습니다.
성경은 이 모습을 “혀가 말라서 천장에 붙어버렸다”고 묘사합니다.
육체적인 목마름뿐 아니라 마음의 목마름도 그분을 괴롭혔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도망갔고, 그분께서 친히 고쳐주시고 위로해주신 사람들 또한 돌아섰을 뿐 아니라 그분을 향해 조롱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마저 당신을 버리신 것 같다는 영적인 목마름도 그분을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참 하나님이시자 참 인간이십니다.
이 세상에 계실 때 그분께서는 육신의 한계 아래 있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그분께서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목마름을 겪으셨습니다.
몸과 마음의 목마름과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두운 밤 속 목마름을 겪으셨습니다.
주님께서 겪으신 이 목마름을 통해 우리는 치유를 받고 구원을 얻었습니다.
토머스 모어는〈본질을 사는 인간〉이라는 책에서 목마름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다.
본능적 욕구라고 하면 우리는 성욕이나 식욕과 같은 자연적인 본능, 곧 생리적인 본능이나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욕구,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취 욕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거움을 누리려는 재미 욕구 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본능적 욕구 외에도 우리에게는 종교적인 본능, 영적인 본능도 있다.
곧 신비에 대한 갈망,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영적 본능은 생리적 본능이나 다른 본능들보다 우리 삶 안에서 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리는 빵이나 집이 없이도 살 수 있고, 사랑과 인정이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신비가 없이는 살 수 없다.
신비의 상실은 곧 우리 존재의 뿌리인 하나님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비에 대한 갈망이 충족될 때에 우리는 뜨거운 감동을 맛보게 되고 살맛을 누리게 되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목마름 안에서 하나님과 일치하셨습니다.
이 목마름은 이후 충만한 생명의 부활사건과 온전히 상응합니다.
어두운 밤에 신적 사랑에 목마르신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분과 함께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수를 구하십시오.
환희에 가득 찬 부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막교부와 함께하는 묵상
나는 형제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지시할 때,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왔는가를 보면서 그리한다.
- 아브라함
기도
주님,
빵과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말씀이 없어서 배고프고 목이 마릅니다.
저희에게 참된 말씀의 양식을 내려주소서.
맑은 생수를 허락하소서.
성 금요일
의미
4세기 이전에는 성 금요일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처형과 죽음을 기념하는 날로 되면서 금식하며 애도하는 날로 자리잡았다.
이날의 이름은 준비라는 뜻의 파라스케베parasceve이며, 하나님의 금요일God's Friday이라는 말에서 성 금요일Good Friday이라는 이름이 연유되었다.
성 금요일 예배는 엄숙한 테네브레로 진행되었다.
예배 인도자는 제단 앞에 앞드려 구약과 요한복음의 수난 교독문을 봉독하고 청원기도와 특별기도문을 낭독하였다.
다음으로 십자가에 대한 묵상과 성만찬을 행했으며 가상칠언과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기도 하였다.
열두 제자들이 예수님을 배반하고 의심했던 일들, 십자가를 지신 주님께 참회하고 자기를 부정한 것을 회상하는 예배를 드렸다.
초, 검정 옷, 큰 십자가 등이 사용되었다.
성만찬은 큰 식탁보를 씌우고 한 덩어리의 빵과 포도즙을 올려놓았다.
성찬대의 세 면에는 열두 개의 걸상을 놓고 회중들을 향해 앉았으며 열두 개의 초를 성찬대 위에 놓고 하나씩 꺼가며 수난의 여정을 재현하였다. 금식과 중보를 하며 고난 중에 있는 이들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기도
밀알 하나가 많은 열매를 거두려면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하듯이, 주님은 사랑의 풍성한 열매를 거두고자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추수한 밀알이 빵으로 되기 위하여 가루로 부서져야 하듯이, 주님의 고통은 우리에게 생명의 빵을 가져다주십니다.
그 빵은 우리에게 당신의 법에 복종할 힘을 주십니다.
- 토마스 뮌처